사실 향수가 소설로 먼저 나온건 알지도 못했고, 2007년 영화 개봉 당시 집단노출장면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었기에 거부감이 들어 보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독일문학관련 자료 보러 도서관에 갔다 우연히 책 향수를 발견했다. 겉표지를 훑어보니 내가 알던 그 영화 향수의 원작이었구나 – 호기심에 빌려보았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Patrik Süskind의 필력이 대단하다. 짧은 호흡의 문장들로 책을 붙잡은 순간부터 독자를 완전흡입한다. (원서로부터 그 호흡을 그대로 끌고온 옮긴이 강명순님의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앉은자리에서 커피를 세잔이나 내리 마시고 나서야 책읽기를 끝냈다. 인간 사다리의 제일 바닥에서 태어난 불운의 천재가 오로지 유일무이한 향을 만들어내기 위해 걷는 그 길이 왠지 모르게 (최고의 잉여로움을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천재도 저렇게 쌔빠지게 노력하는데 의자에 엉덩이만 붙이고 뭐하고있냐 잉여야”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그동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중에 책만큼 (혹은 책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낀 작품이 손에 꼽기에 별 기대 안하고 봤지만, 글쎄… 원작을 먼저 읽었기 때문일까 영화는 그닥 감흥이 없었다. 일단 주인공 인물이 너무 좋단말이다. 울퉁불퉁 굴곡진 인생을 고스란히 담겼을만한 얼굴이어야 하는데 주인공 역할을 맡은 Ben Whishaw는 상대적으로 너무 곱다. 원작에서도 말이 많지 않은 캐릭터지만, 그래도 책에선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글이 흐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영화는 달랐다. 나레이션이 있긴 했으나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장면마다 주석을 달 순 없었을테다. 그래서인지 배경 및 상황에 대한 전달이 부족했다. ‘너무 어렵다, 추상적이다, 심오하다’ 라는 대다수 영화만 본 사람들의 반응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한가지 예(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성공사례)를 들자면 해리포터 시리즈이다. 어릴 적 소설을 읽으며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호그와트의 풍경과 주인공들을 내 맘대로 그려보곤 했지. 그리고 영화를 봤을 때 소름이 돋았다. 내가 상상한것과 거의 동일한 장면들 – 오히려 더 역동적이고 생생한 영화에 빨려들었다.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은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걸 형상화 한 영화를 보고 자신이 상상한 것과 똑같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감독이 내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대한 만족도도 그만큼 낮을 것이다. 그래서 해리포터는 더욱이 놀라웠다.
책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마음껏 상상하며 내용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영화는 무형의 스토리를 형상화 시킨다는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책을 먼저 읽을까 영화를 먼저 볼까? 내 결론은 “only book”이다. 영화 먼저 보고 원작을 보면 영화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제한된 사고를 할테고,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내가 상상했던것과 자꾸 비교하게 되니 말이다.